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골라서 믿는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편향 이라고 말합니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기대 또는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는 쉽게 수용하지만, 그와 어긋나는 정보는 그것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올바르다고 할지라도 무시해버리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이런 태도는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인지 부조화' 상태를 겪을 때 취하게 되는 태도 중의 하나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신념과 모순되는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인지 부조화 상태를 겪게 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이미 벌어진 결과에 대해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이유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인지 부조화와는 약간 다르게, 확증편향은 기존의 신념을 계속 유지한 채, 그 신념이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들만 찾아다니고, 그 정보들에만 의존해서 더욱 자신의 의견에 확신을 가짐으로써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려는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인간은 자신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그 생각에 유리한 쪽으로 재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보에 더 무게를 두어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친구 관계에서도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를 더 잘 찾아내고, 더 가까이 두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확증편향은 주로 우리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며 가치관에서부터 인간관계나 주식 투자, 종교 또는 정치적인 판단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개인을 넘어 수많은 전문가들이나 기업들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에서까지도 확증 편향의 오류에 빠져 실수를 범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확증편향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두 진영은 같은 사항을 두고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 위주로 해석을 하고, 자신들의 입장에 불리한 정보는 공격하고 부정하면서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정치적 입장과 논리를 고수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일반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진 성향에 따라서 해당 진영을 옹호하는 정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하는 정보는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정치 뉴스나 기사를 대할 때에도 각자의 성향에 부합하는 내용을 제공하는 언론사의 기사만을 찾게 되면서 확증편향은 더욱 커집니다.
요즘에는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서 유튜브나 SNS 등에는 알고리즘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정보만을 제공하는데, 이러한 알고리즘 편집에 의한 제한된 정보들은 다양한 시각을 가지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좋아하는 것들만 찾아다니는 현대인에게 확증편향을 더욱 증폭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과학적인 발견이 사회가 가진 확증편향과 대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찰스 다윈이 주장한 진화론은 당시의 기독교 사회 속에서 창조론을 거스른다는 이유로 많은 논란이 되었습니다. 기독교 신자들은 창조론을 옹호하기 위해 진화론을 지적하고 부정하는 정보들을 수집하고 이를 재구성하며 확증편향을 키워나갔고 종교와 과학의 대립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주식 시장에서 역시 많은 투자자들이 확증편향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떠한 종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매수한 투자자는 해당 종목의 주가가 오른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정보들에만 치중하게 됩니다. 자신의 종목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들은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주가가 하락하게 되는 경우에도 이에 따른 합리적인 판단과 대응을 해야 하지만, 부정적인 정보들을 외면하고 긍정적인 뉴스만 찾아다니다가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치고 손실을 보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확증편향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먼저, 인간은 보통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기반으로 판단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각자만의 신념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고, 그렇게 자리잡은 기존의 신념을 토대로 사회 현상을 바라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과 일치하는 것은 옳은 것이고, 일치하지 않는 것은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는 새롭게 알게되는 정보들을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작용하여 일종의 선입견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게다가 인간은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은 쉽게 믿는 반면, 진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것은 잘 믿으려 하지 않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본능은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서부터 나타나는데, 본능적으로 자신의 믿음을 지지해주는 정보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고, 획득하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인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에 관해 가장 잘 알려진 실험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진행된 대상으로 한 실험입니다.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의 절반은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학생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을 각각 두 집단으로 나누고, 실험자는 이들에게 상반된 두 가지의 연구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첫 번째 연구 결과는 사형제도가 범죄 예방에 효율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두 번째는 사형제도가 범죄 예방에 거의 효과가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데이터는 모두 사전에 제작하여 각 내용에 큰 의문을 제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럴듯한 내용을 담은 데이터였습니다.
실험자는 각 집단에게 이 자료를 읽고 해당 자료에 대해 평가하게 하고, 생각을 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럴듯한 데이터를 접하게 되면 자신의 생각과 다른 내용일지라도 어느정도는 이해하거나 수용하는 모습을 기대해볼 수도 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두 집단 모두 자신의 생각에 반대되는 연구에서는 쉽게 결함을 찾아내고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며 연구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주장하였지만, 자신의 생각을 지지하는 연구에서는 결함이 있어도 잘 찾아내지 못하고 크게 신뢰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집단은 서로 모순된 데이터를 제공받았음에도 기존의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실험의 결론은, 사람은 본인이 가진 원래 생각을 기반으로 이를 지지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데이터는 외면한다는 것으로 확증편향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선 포스팅의 자기 합리화와 마찬가지로, 물론 확증편향 역시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에서 오는 무의식적인 경향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줏대가 없이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신념을 굽힐 필요 또한 없습니다. 다만 확증편향의 함정에 빠져서 좁은 시야 속에 갇혀버리거나, 다양한 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강한 확신에 빠져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확증편향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하고, 자신에게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에 대해서 스스로 검토해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지하는 정보에만 치우치지 않고, 그와 반대되는 정보들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면서 자신의 생각과 믿음이 과연 얼마나 현실에 부합하고 합리적인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기존의 굳어버린 신념에 갇히지 않고 여러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게 된다면, 스스로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가 가능해지고, 확증편향에서 벗어나 사고의 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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