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 Nudge 란 무엇인가? (선택과 행동을 조종하는 심리학)

일상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어떤 물건을 충동구매하게 된다거나, 나도 모르게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된다거나 말입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심리를 자극해 어떠한 선택을 유도하는 것을 '넛지'라고 합니다. 영어단어 'Nudge'의 사전적인 의미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으로, 우리가 종종 슬쩍 눈치를 준다고 표현하듯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부드럽게 선택을 조종하는 넛지

 
하지만 오늘 이야기할 넛지는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이 공동으로 집필한 우리나라에서 특히 많은 인기를 끌었던 '넛지'라는 책에서 사용된 새로운 의미로써의 넛지입니다. 이 책에서는 넛지를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찌르듯, 타인에게 어떠한 선택을 유도하게 만드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강제적인 지시나 직접적인 부탁이 아니라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개인이 가진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떠한 선택을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넛지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서부터 공익적인 목적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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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처음 시행한 남자 화장실의 사례입니다.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는 사용자들이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아무리 청소를 해도 주변이 굉장히 지저분해지고, 악취를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때는 소변기 앞에 '깨끗한 사용을 부탁합니다'라거나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주세요' 등의 직접적인 문구를 붙여놓았지만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사용된 넛지의 사례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

 
 
어느 날, 소변기 중앙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하게 되는데, 이는 파리를 맞추고자 하는 남성들의 미묘하고도 자연스러운 심리를 자극하였고, 이후 소변기 주변의 위생상태는 80% 이상 크게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직접적인 방법으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던 것에 반해, 간접적인 개입을 통해 심리를 자극하는 작은 아이디어 만으로 아주 큰 효과를 이끌어 낸 성공적인 넛지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 카운터에 배치된 저렴한 상품들 (출처: Wikimedia Common, CC BY) / 편의점의 안쪽으로 배치된 매출비중이 높은 음료코너 (출처: flickr)

 
 
대형마트의 물품 배치에도 넛지 마케팅이 숨어있습니다. 주말이면 늘 줄을 서있는 대형마트의 계산대 근처에는 항상 가격대가 저렴한 초콜릿이나 껌 등의 먹거리를 배치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계산을 기다리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들이 눈에 들어오게 만들어 자연스러운 구매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주 방문하는 편의점에는 주로 음료코너가 편의점 가장 안쪽에 배치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인 음료를 가장 안쪽에 배치하게 되면, 음료를 고르기 위해 이동하는 동안 편의점 내의 다른 제품들을 자연스럽게 눈에 담게 되는 동선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른 매출의 증가를 노린 전략입니다. 
 
 
한때 백화점에는 3가지가 없기로 유명했습니다. 창문과 시계, 1층의 화장실입니다. 창문과 시계를 의도적으로 배치하지 않아서 쇼핑하는 고객들이 시간 감각에 무뎌지게 만들고,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도 1층이 아닌 다른 층으로 이동하게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백화점의 상품들에 눈이 가게 만드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고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를 따라 1층에도 화장실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고, 유리창을 통해 자연채광을 끌어들여 탁 트인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를 시도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도 여전히 1층에는 충동 구매율이 높은 화장품과 액세서리 매장을 주로 배치하고, 에스컬레이터 양옆으로 구매욕구를 일으키는 상품들을 배치해놓기도 하며, 영화관이나 문화센터를 가장 높은 층에 배치해 고객들을 위층으로 유도하여 쇼핑 목적이 아닌 고객들도 출구를 찾으며 자연스럽게 상품을 구경하게 만드는 등 보이지 않게 심리를 자극하는 다양한 전략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영업이나 광고는 거부감을 주기 마련인데, 이 사례들은 모두 고객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눈에 보이면 사고 싶어 지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를 이용하여 안 사도 되는 것들까지 구매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고객의 회전율이 매출과 직결되는 음식점에서는 음악을 통한 넛지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클래식이나 발라드처럼 느린 노래가 아닌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어놓아 고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는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공익적인 목적으로도 넛지를 많이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미네소타 주의 세금 납부 경고장 사례가 있습니다.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직접적인 경고를 담은 안내문에 비해서 "이미 미네소타 주민의 90% 이상이 납세의 의무를 이행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보냈을 때, 자진 납세율이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다수의 집단에 속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이는 다수의 사람들이 모두 하고 있는 것을, 자신들만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미납자들의 미묘한 불안감을 자극했고, 자신들도 납세자의 집단에 소속되고 싶게 만드는 심리를 부드럽게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도로 위에 칠해지고 있는 '노면 색깔 유도선' 도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넛지의 사례입니다. 눈에 띄는 색이 인간의 심리에 주의를 준다는 것을 이용하여 헷갈리기 쉬운 교차로나 고속도로의 분기점 등지에 강렬한 색의 유도선을 칠해서 길을 잃지 않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게 만들어 교통사고를 줄이고 도로 정체를 예방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종이타올을 뽑을 때마다 아마존의 산림이 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통

 
세계야생동물기금(WWF)에서는 화장실에서 낭비되는 종이타월의 양을 줄이기 위해, 종이타월을 뽑을 때마다 아마존의 산림이 줄어드는 것을 직관적으로 형상화한 통을 만들어서 종이타월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시행된 프로젝트 속 혁신적인 쓰레기통 (출처: www.wecup.net)

 
길거리에 버려지는 수많은 쓰레기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된 넛지도 있습니다. 나이키(NIKE) 사는 사람들이 보통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던져 넣는다는 심리를 이용해 농구골대 모양의 쓰레기통을 만들어 길거리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기도 하였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시작해 현재는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투표함 쓰레기통도 큰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두 개의 쓰레기통에 두 가지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그곳에 채워지는 쓰레기를 눈에 보이게 만들어 자신이 지지하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한 방법입니다. 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경쟁심을 자극하여 자신이 지지하는 의견에 힘을 싣기 위해 자신이 버리지 않은 쓰레기도 주워서 넣게 만드는 모습까지 만들어내며 큰 효과를 거둔 넛지 캠페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형태의 다양한 보이지 않는 넛지들이 우리 일상 속에 많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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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사람들이 선택을 유도하는 '설계자' 의 의도대로 따라온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넛지는 단지 구체적인 행동을 촉진하는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며,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실패할 확률도 분명 존재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의 '인지 부조화'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를 하는 존재입니다. 직관적인 메시지를 보고도 이성적인 행동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작은 심리적인 자극만으로 그 행동을 한다는 것은 분명 인간으로서의 합리적인 선택은 아닙니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싶어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편의에 따라 감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존재이고, 타인의 개입에는 불편함과 저항감을 느끼며 개인이 스스로 내린 판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넛지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도한 규제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 스스로가 더 나은 판단을 내리게 만들 때, 이러한 부드러운 개입은 저항과 부작용이 없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문제의 해결만을 위한 넛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인간적인 성향을 중심으로 설계된 넛지를 활용할 수 있다면 가장 큰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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